본문 바로가기

정보마당

청소년 세상


정보마당 > 청소년 세상 상세보기 - 제목, 내용, 파일 제공
제목 거식증 vs 폭식증, 안먹거나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정신질환이라고?
내용 거식증 vs 폭식증
-안 먹거나 너무 많이 먹는 것이 정신질환이라고? _네이버 캐스트

◎ 왜곡된 신체 이미지로 시작되는 섭식 거부

일부러 굶어서 살을 뺀다는 것은 본능에 역행하는 행동이다. 20세기 초반까지도 구미에서 가난에 의해 영양실조로 죽는 사람이 부지기수였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이런 현상을 이해하기는 더욱 더 어렵다. 20세기 초반에는 뇌하수체의 기능 저하로 전반적인 생체기능이 떨어지면서 체중이 줄어드는 ‘시몬드 증후군(Simmond syndrome)’1)이 관심을 받으면서 거식증을 이 문제로 설명하려고도 했다. 그렇지만 걸이 보고서에서 썼듯이, 거식증의 근본적인 원인은 정신적인 문제라는 점이 차차 밝혀졌다.

거식증 환자들은 절대 식욕이 없는 것이 아니다. 식욕은 있지만 먹고 싶어 하지 않고, 지나치게 말랐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뚱뚱하다고 굳게 믿는다. 마치 왜곡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바라보는 것처럼 자신의 신체 이미지가 왜곡되어 있는 것이다. 음식을 먹지 않고 열심히 운동하며, 먹더라도 바로 토하고 설사제나 변비약을 사용해서 먹은 음식물을 몸 밖으로 배출하려고 애쓴다. 일반적인 영양실조와 달리 서서히 살을 뺀 것이기 때문에 빈혈 증상은 없고, 혈액검사도 대부분 정상범위에 있다. 피골이 상접했지만 일상 활동은 다 하기 때문에 가족들도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들은 자기가 먹는 것은 거부하지만, 요리를 좋아하고, 레시피를 모으고, 음식을 만든 후 데코레이션하여 그릇에 예쁘게 담고, 음식을 잘게 쪼개는 것에 몰두하는 등의 음식과 관련한 기이한 행동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즉, 음식을 먹는 것은 싫어하나, 음식에 대해 하루 종일 생각하고, 자신의 체중 변화에 대해 과도한 관심을 가지며 칼로리와 운동량 등에 박학다식하다....

1980년 거식증이 DSM-III(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3판)2)에 포함되면서 정신의학 분야에 공식적으로 등장한 후 환자 수도 많아지고, 역학조사의 대상이 되었다. 지금까지 알려지기로 거식증은 5대 1 정도로 여성에게 많고, 약 0.5퍼센트 정도의 여성에서 발생한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10년 내 사망률이 5~10퍼센트에 이를 정도로 중증의 질환이기도 하다. 치료가 어려울뿐더러 만성화되는 경향이 강하다.


심각한 수준의 체중 저하가 있을 때에는 입원 치료를 원칙으로 하는데, 이때 일차적인 중요 목표는 신체 건강을 회복하고, 체중을 증가시키는 것이다. 그러나 너무 급격한 체중의 증가는 도리어 신체에 무리를 주기 때문에 체중을 서서히 증가시키고 영양공급을 체계적으로 하면서, 먹고 토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 필요하다. 매일 아침 환자들이 소변을 보게 한 후 같은 시간에 체중을 재고, 매끼 식사를 하고 난 다음에는 충분히 소화가 될 때까지 한 시간 동안 로비에 머물게 해서 화장실이나 그외 보이지 않는 장소에 가서 구토하지 못하게 막는다. 이들은 체중이 조금이라도 늘어나는 것에 대해서 극심한 공포를 갖고 있고 먹지 않고 지내는 것에 익숙한 상태이기 때문에, 아주 소량만 섭취하더라도 매우 불편해하며 몸에서 빼내고 싶은 강박적 노력을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체중을 늘린다고 해도, 퇴원 후에는 다시 먹기를 거부하거나, 폭식 후에 구토를 반복하는 등 재발 위험이 높고 만성화되는 사례가 훨씬 많다.

◎ 폭식증, 내면의 공허함은 배고픔으로 전환된다

거식증과 같이 급격하고 위험한 수준의 체중 저하 없이 정상범위의 체중을 유지하지만 과도한 양의 음식을 짧은 시간 안에 먹고, 경우에 따라서는 포만감을 없애기 위해 의도적으로 토하기를 반복하는 신경성 폭식증(bulimia nervosa, 이하 폭식증)도 음식과 관련한 정신질환의 하나다. ...

수십 년 동안 다양한 종류의 폭식증 환자들이 보고되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폭식증을 거식증의 한 아형(亞形)으로 여겼다. 만성화된 거식증으로 환자의 체중은 회복되었으나 폭식 습관이 남아 있는 것으로 보거나, 앞으로 거식증으로 진행하게 될 환자의 상태로 분류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거식증 같은 급격한 체중 저하가 뚜렷하게 보이지 않지만 조절하기 어려운 심한 폭식과 구토를 반복하는 환자들이 존재하고, 거식증 환자보다 그 수가 훨씬 많다는 것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들은 거식증 환자들과 달리 정서적으로도 불안정하고, 체중 증가와 체형에 대한 집착이 더 강하며, 대인관계에 예민함과 어려움을 느낄 뿐 아니라, 술이나 마약 등에 대한 의존 증상이나 성격장애가 공존한다. 또 거식증보다 발생 연령이 높고, 가족이나 본인이 비만이었던 경우가 많았다.

신경성 폭식증이 독립적 질환으로 확립된 것은 런던 모즐리 병원에 식이장애 클리닉을 개설한 제럴드 러셀(Gerald Russell, 1928~)에 의해서다. 폭식을 하고 나서 구토를 위해 손가락을 입 속에 집어넣다 보면 손등에 굳은살이 박인다. 그는 환자의 손등에서 이런 굳은살이 보이는 것이 폭식증 환자의 중요한 징후의 하나로 보았고, 나중에 러셀징후(Russell’s sign)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는 1970년대에 폭식증 환자들의 특징적인 신체 증상을 찾아내서 체계화했다. 턱밑의 침샘이 비대화하는 것, 구토 시 역류한 위산으로 치아의 안쪽 에나멜이 부식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러셀은 중증 거식증 환자들뿐 아니라 날씬해지고 싶어 하는 구미의 정상적인 여자 대학생들이나 20대들 사이에서 생각보다 흔히 발견된다면서, 폭식증을 독립적인 질환으로 보고, 절제가 안 되고 일상생활에 어려움을 갖는 환자들을 집중적으로 찾아내서 치료해야 한다고 했다. 1980년 신경성 폭식증이 DSM-III에 포함되자 본격적인 역학조사가 있었고, 연구에 따라서는 10대나 20대 여성에서 10퍼센트 가까이 발생한다고 알려졌다. 일반적으로는 10만 명에 14명 정도가 폭식증으로 진단 가능하다고 추산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이 두 가지 질환은 드문 병이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통계자료에 의하면 2013년 거식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905명, 신경성 폭식증으로 치료받은 환자는 1,597명이었다. 일반적 역학으로는 거식증이 훨씬 적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세부자료를 보면 거식증의 경우 60세 이상 노인 환자에게 진단을 내린 것이 59퍼센트로 많았다. 이는 우울, 불안, 불면 등의 신경증적 증상으로 식욕 저하를 보이는 노인 환자에게 진단을 잘못 내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를 감안해도 거식증으로 수백 명, 폭식증으로 수천 명 수준의 환자가 매년 치료받고 있고, 치료의 영역에 들어오지 않은 환자는 이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 분명하다.

정신질환은 생물학적인 변인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되기도 하지만, 이처럼 사회적 환경의 변화에 따라 증상이 부각되고, 진단명이 생기며, 또 치료의 대상이 되는 질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정신과적 진단과 정신질환은 한 시대의 기준으로 고정적이어서는 안 되고 세상의 변화에 맞춰서 거듭나야 할 것이다.

참고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241&contents_id=69013&leafId=241
파일
맨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