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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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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훈계는 사절, 마음 통하는 책이면 오케이
내용 <FONT color=#00847c size=3>청소년이 뽑는 청소년 추천도서<BR></FONT><B><BR>청소년들 앞에는 추천 도서 목록이 수북이 쌓인다. 보통 어른들이 뽑는다. 한데 청소년들이 읽고 싶은 책을 선정하는 행사가 있다.<BR>국립어린이청소년 도서관의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 프로그램이 그것이다.</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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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justify></P><BR>“강풀이죠, 강풀!”
<P align=justify></P><BR>“난 이광수!”
<P align=justify></P><BR>“웹툰 중에서 뭐가 재밌니?”라는 기자의 질문에 학생들이 작가 이름을 말하기 시작했다. 신이 났는지 목소리는 점점 커졌다.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공감 가는 좋은 웹툰도 많아요. 책 선정할 때도 넣었어요.” 한 친구가 설명을 덧붙였다.
<P align=justify></P><BR>7월2일 오후 4시, 서울 문성중학교 1층 도서관. 방과후 도서관이 시끌벅적해졌다. 도서부 15명의 학생이 얼마 전 추천도서 목록에 넣었던 책들을 서가에서 꺼내와 기념촬영을 하기 위해 모였다.
<P align=justify></P><BR>이들은 얼마 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관장 여위숙)에서 실시하는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 프로그램 공모에 선정됐다. 독서 관련 행사가 많지만 이 프로그램의 특징은 청소년들이 추천도서 선정 작업에 직접 참여한다는 점이다.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는 아이들에게 독서에 대한 자발성과 적극성을 발휘할 기회를 주자는 뜻에서 2007년부터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마련한 프로그램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1318 책벌레 리더스’(이하 ‘리더스’)로 불린다.
<P align=justify></P><BR>이 도서관은 매해 초, 전국 중·고교를 대상으로 신청을 받고 40개교를 선발한다. 학교마다 도서부 학생 등 20명이 ‘내 또래 친구들이 읽으면 좋을 책’을 추천한다. 학생 수로 치면 약 800명이 참여한다. 이렇게 추천된 책은 사서교사가 정리해 도서관 쪽에 보내고 리더스 학생들과 이 프로그램에 선정 안 된 학교 사서교사 등이 참여해 감수·자문회의 등을 거친다. 이렇게 해서 매해 200여권 추천도서 목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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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justify></P><B><BR>마음 움직인 책들로 고르려고 노력해</B>
<P align=justify></P><BR>목록에 들어갈 1차 추천도서 선정부터 함께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강한 책임감을 느낀다. 문성중 윤진호(16)군은 “전문가도 아닌데 내가 자격이 있나 한편으로 부끄럽기도 하지만, 남들에게 추천할 책이라고 하니까 신중해진다”고 말했다. ‘읽고 재미있어서’처럼 단순한 이유로 책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지만 책 표지부터 제목·내용·인터넷 서평 등을 두루 검토하고 책을 고르려고 애쓰는 학생들이 대부분이다.
<P align=justify></P><BR>리더스 학생들한테는 ‘좋은 책’에 대해 생각해보고, 기준을 세워볼 기회가 생긴다. 윤군은 “한번 읽고 넘어갔던 책보다는 내 생각의 변화를 끌어냈던 책들을 골랐다”고 말했다. 그래서 고른 책이 혜민 스님의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이다. 같은 학교 송무송(16)양은 “학생들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살 수는 없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들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어 평소 관심이 많았던 정치·사회 이슈와 관련한 책을 뽑았다”고 했다. 평소 좋아하는 작가의 책 위주로 독서를 하는 정인경(16)양은 <구해줘> 등을 쓴 기욤 뮈소, <스타시커> 등을 쓴 팀 볼러 등 술술 읽히게 잘 쓰는 작가의 책들을 골랐다.
<P align=justify></P><BR>서울 해성여고 이소흔(19)양과 백수민(19)양은 반 친구들을 대상으로 주관식 설문조사를 하는 열의도 보였다. 이양은 학생 입장에 서서 지금의 학교 현실을 잘 살펴본 책 <학교의 풍경>(조영선)을, 백양은 인천 판자촌에 사는 사람들을 에세이와 사진으로 기록해 감동적이었던 <어떤 동네>(유동훈)를 좋은 책으로 추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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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justify></P><B><BR>4차에 걸친 꼼꼼한 선정, 웹툰도 추천 가능</B>
<P align=justify></P><BR>도서관에서는 십진분류에 따라 책을 나누지만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에서는 ‘가족의 의미’, ‘우리가 하는 모든 것이 예술’, ‘나의 미래’ 등 학생들이 흥미를 가질 만한 주제 9개를 정해 책을 분류했다. 학생들이 좋아하는 웹툰도 추천할 수 있게 했다.
<P align=justify></P>선정 과정은 4단계다. 학생들이 추천한 책은 각 학교 사서교사들이 2차로 정리한다. 절판된 책, 지나치게 폭력적인 책, 정치색이 두드러진 책 등을 걸러낸다. 내용이나 편집 등이 조악해 성의 없이 골랐구나 싶은 책들도 뺀다. 사서교사가 추린 책을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쪽에 보낸다.
<P align=justify></P><BR>도서관 쪽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선정되지 않은 학교의 사서교사들로 자문위원회를 꾸려 500권을 뽑는다. 이 목록은 학교 쪽을 통해 다시 리더스 학생들에게 전달된다. 학생들에게 표를 많이 얻은 순으로 230권을 뽑은 뒤 최종 200권으로 추리는 작업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에서 한다. 지난해 목록에 들어갔던 책은 제외한다.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기획협력과 임이숙 주무관은 “사서교사들이 참여하는 건 학생들이 자기 의견을 바탕으로 좋은 책을 잘 고를 수 있게 길을 만들어주기 위해서다. 어른들이 손을 댄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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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V class=description>학생들이 추천해서 뽑은 책은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점령지도’라는 홍보 포스터로 제작돼 전국의 중·고등학교 및 공공도서관에 배포된다. 올해 목록은 7월말에 발표할 예정이다.</DIV></TD></TR></TBODY></TABLE></DIV><BR>학생들이 책을 고르는 데는 목록 작업을 할 시점에 유행하는 문화현상·사회이슈 등이 적잖게 영향을 끼친다. 어른들은 잘 추천하지 않지만 청소년들한테 유독 ‘최고’로 평가받는 책들도 있다. 임 주무관은 “특히 웹툰은 학생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 분야다. 올해는 원래 웹툰이었지만 영화로도 제작된 <은밀하게 위대하게>(훈)가 인기가 많다”고 했다.
<P align=justify></P><BR>문성중 송정화 사서교사는 이번 작업을 통해 웹툰에 대한 학생들의 뜨거운 관심을 다시 확인했다. “<죽음에 관하여>(시니)라는 웹툰은 애들이 많이 좋아합니다. 죽음을 맞기 전, 그동안 살아온 삶을 되새기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인데요. 교훈도 있고, 죽음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접근했더군요.”
<P align=justify></P><BR>학생들이 낸 1차 추천도서 목록 가운데는 교사들도 검토하지 못했던 좋은 책들이 올라온다. 선생님으로선 ‘발견의 재미’를 느끼게 되는 셈. 해성여고 서영빈 사서교사는 “추천도서 목록을 받으면서 나도 모르던 책들이 있어 살펴봤다”며 “<공부혁신>이 그런 경우”라고 했다.
<P align=justify></P><BR>“2001년도 수능에서 단 두 문제를 틀리며 전국 상위 0.01%를 기록하고, 공신닷컴을 설립해 ‘공부의 신’이라고 불리는 강성태씨 이야기입니다. 공부법만 소개한 줄 알았어요. 근데 그 사람의 일생·역경 등이 들어 있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동기부여가 되더라구요.” 박소현(18)양의 추천 이유다.
<P align=justify></P><BR>부천 내동중 염보영 사서교사는 “나현이(김나현(15)양) 추천으로 알게 된 <열여덟 너의 존재감>(박수현)이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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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align=justify></P><FONT color=#1153a4><B><BR>800명 참가해 200권 추려내는<BR>‘1318 도서 선정’ 프로그램<BR>상투적 자기계발서는 ‘비추’<BR>꾸밈없고 솔직하면 ‘강추’
<P align=justify></P>어른들에겐 별로인 ‘웹툰’<BR>학생들에겐 독보적 인기</B></FONT>
<P align=justify></P><B><BR>국내 작가가 쓴 청소년 공포·추리물 적어 </B>
<P align=justify></P><BR>학생들이 추천도서 목록에 넣지 않고 싶어하는 책들 가운데 대표적인 게 ‘상투적인 자기계발서’다.
<P align=justify></P><BR>해성여고 백수민양은 “어떻게 보면 노력하며 사는 일이 제일 어려운 건데 너무 쉽게 ‘노력하면 된다’고 말하는 자기계발서가 많고, 그걸 추천하는 어른들도 많다”고 했다.
<P align=justify></P><BR>틀에 박힌 롤모델 이야기도 비슷한 이유로 ‘비추’하는 책이다. 내동중 양가영(15)양은 “이런 책들을 읽다 보면 우리 현실과 너무 동떨어졌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롤모델들은 우리가 달성하기가 너무 힘든 일들을 이룬 셈이니 되레 자존감을 떨어뜨린다”고 했다.
<P align=justify></P><BR>청소년 문학상 문패를 달고 있다고 무조건 추천도서 목록에 넣는 것도 아니다. 문성중 송무송양은 성인 소설로 분류되는 <두근두근 내 인생>(김애란)을 강력추천했다. 우리 사는 현실을 미화하지 않고 정말 솔직하게 잘 그려냈다는 게 이유다.
<P align=justify></P><BR>“청소년 소설 중에 어떤 소설은 잘 나가다가 엔딩 부분에서 갑자기 태양을 보며 ‘힘내서 잘 살자’로 끝납니다. 어이가 없죠. 우리 현실은 그렇지 않잖아요.(웃음) 그런 점에서 <두근두근 내 인생>은 청소년 대상으로 쓴 소설들보다 훨씬 공감이 많이 가는 책이었어요. 짱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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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D><IMG style="WIDTH: 320px" border=0 alt="" src="http://img.hani.co.kr/imgdb/resize/2013/0716/137389146979_20130716.JPG";> </TD></TR></TBODY></TABLE></DIV>어른들이 아름답고 착한 세계를 그린 문학작품을 좋은 청소년 책으로 손꼽는다면 학생들은 현실을 생생하고 날카롭게 그려낸 작품을 더 평가한다. 문성중 구보경(15)양은 “학생들은 이미 알 거 다 아는데 책에서는 현실을 많이 포장한다”며 불만스러워했다. “밝히기 민망하고 싫은 현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알려주는 책들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P align=justify></P><BR>리더스들은 책 선정 작업을 하면서 우리나라 청소년 도서 시장이 상대적으로 관심을 덜 기울이는 분야에 아쉬움도 느꼈다. 내동중 권빛나(15)양은 “우리나라 시나리오 작가가 쓴 공포나 추리 영화는 많이 나오는데 우리나라 소설가가 쓰고 청소년들도 볼 수 있는 공포·추리물은 별로 없다”며 아쉬워했다.
<P align=justify></P><BR>학생들이 학과 공부와 관련된 책에 대해선 무조건 고개를 내젓는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해다. 해성여고 차세진(18)양은 “평소 시를 무척 싫어해서 공부를 할 때도 시 분야 공부는 잘 안 했는데 <정민 선생님이 들려주는 한시 이야기>(정민)를 본 뒤로는 시에 관해 다시 생각하게 됐다. 학습 분야도 이렇게 쉽고 편안하게 접근하는 책이면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P align=justify></P><BR>지난 2006년 우리나라 작가 김진경씨는 <고양이 학교>로 프랑스에서 ‘앵코륍티블상’을 받았다. 이 상은 3000개 학교 15만 명의 어린이들이 투표해 선정했다. 우리나라에선 책을 직접 읽는 독자인 청소년이 추천도서 선정 작업에 참여하는 일이 드물다. 이번에 추천도서 작업에 참여한 내동중 박희선(15)양은 “청소년 시선에서 봤을 때 진짜 재미있는 책을 추천한 도서 목록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정현민(15)군은 “앞으로는 청소년문학상 심사위원에도 우리 또래들도 참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추천도서 목록은 오는 7월 말,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 누리집(www.nlcy.go.kr), ‘1318 책벌레들의 도서관 점령기’ 카페(http://cafe.naver.com/1318bookworm)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P align=justify></P><BR>김청연 기자 carax3@hanedu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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