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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상담실에서-청소년] 너무 내성적인 아들 친구들과 안 어울리고 학교도 안 가는데…
내용 <고민> 저는 아들과 딸 아이를 키우고 있는 40대 아버지입니다. 둘째인 딸 아이와 다르게 아들 녀석이 너무나 내성적이고 숫기가 없어 걱정입니다. 어린이집이나 유치원 다닐 때도 친구들과 선생님 보는 것이 부끄럽다며 가기 싫어할 때가 있어 며칠씩 집에서 혼자 지내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마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 선생님들에게 연락해서 알아봤지만, 별 특별한 일은 없었고, 다만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려 놀기보다는 혼자서 지내려고 하는 경향이 있다는 얘기를 전해 듣곤 했습니다.

학교에 입학하면 조금 나아지겠지 하며,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초등학교 4학년부터는 몸이 아프다, 숙제를 안 해서 학교에 가기 싫다, 친구들이 놀린다 등 여러 가지 핑계를 들면서 결석하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초등학교 6학년인 지금은 아예 학교에 가지 않고 집에만 있습니다. 가족 외에는 아무도 만나지도 않고, 억지로 학교에 보내면 수십 통씩 전화를 해서 부모를 난처하게 만듭니다. 생활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부끄러워하는 아들에게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요?

<해법> 자녀가 일상생활에서 수줍음이나 부끄러움이 유독 심해 고민하는 부모를 자주 만나게 됩니다. 우리는 내성적이고 수줍음이 많은 내성적인 아이를 ‘숫기가 없다. 크면서 조금씩 나아진다’고 합니다. 이런 표현은 부끄러움을 타는 것을 문제시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태도와 문제를 키울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어 무조건 좋다고만 볼 수는 없습니다. 물론 부끄러워하고 수줍어하는 모습은 아이들의 발달과정에서 겪는 정상적인 감정이므로 숨겨야 하는 문제는 아닙니다. 무엇이든 지나치면 문제가 일어나듯 사례처럼 과도하게 부끄러움을 타는 것 또한 문제가 되며 대인공포증이나 사회공포증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처음 만난 사람 앞에서 다소 불안감이나 불편감을 느끼기는 하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괜찮아지는 경우는 수줍음이 많은 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상황 자체가 커다란 공포감을 느끼고 피하려고만 하는 아이라면 사회공포증을 의심해 볼 수 있습니다. 부끄러움은 정상적인 범위 내에서 남 앞에 나서는 것이 어려운 소극적 행동인 반면, 사회공포증은 사회생활 자체가 불가능한 정신적 질환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례 학생은 다른 사람이 자기를 계속 쳐다보는 것 같다는 불안감과 두려움, 심지어는 공포반응을 보이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주된 생활공간이자 사회생활의 기본을 배우는 학교생활은 물론이고 일상생활 전반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습니다. 특히 사람들이 자신을 보고 바보로 생각한다는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생각들이 반추되면서 더욱 위축되고, 자신감이 점점 없어지면서 주변 사람들과의 사회적 관계 형성이 어려워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반복된 사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은 어른들과 매우 다른 사회공포증을 경험한다고 합니다. 어른들은 사회적 상황에서 불편감을 느끼게 되면 스스로 그것을 인식하고 적절한 대처를 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감정을 잘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에, 어떤 사회적 상황이나 활동을 거부하거나 회피하는 방식으로 나타납니다. 사례 학생처럼 부모 곁을 떠나지 않으려고 매달린다든지, 친구와 함께 노는 것을 거부한다든지,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반응을 보입니다.

청소년 중에 단체활동을 거부하고, 친구와의 우정에 대해 별로 흥미를 보이지 않는 사례들이 많은데 이것 또한 사회공포증의 한 형태로 볼 수 있습니다. 부모로서 사회공포증을 가진 내 아이를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까요?

먼저, 사회공포증이 무엇이고 이런 증상을 가진 아이들이 자신의 어려움을 어떻게 표현하는지 부모가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례 학생의 아버지는 아이가 보이는 문제행동에 대해 계속 화를 내고, 부정적인 말을 하고, 심하게 때리기까지 하셨는데 이는 부모가 아이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둘째, 아이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만들어 귀를 기울여 주어야 합니다. 또래나 사회적 관계망에서 자꾸 고립된 아이들은 자존감이 떨어져 있으며 심하게는 우울과 불안 증세를 보이기도 하기 때문에 아이의 말에 공감해주고 잘 들어주는 것이 많은 도움이 됩니다. 사례 학생은 아버지보다 엄마가 이러한 역할을 하고 계셨지만, 이러한 엄마의 모습 또한 아버지에게는 나약하게 아이를 키우는 것으로만 생각되셔서 자신은 더욱 강하게 아이를 몰아세우셨다고 합니다.

아버지의 이러한 과잉반응보다는 침착하고 안정감을 유지하는 부모의 태도가 필요합니다. 아이가 어떤 사회적 상황에 직면했을 때, 부모가 보이는 이성적이고 안정된 태도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습니다.

셋째, 아이에게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예상된 계획과 시점을 미리 알려줘야 합니다. 예를 들어, 주변 사람들이 우리 집을 방문하는 날이 언제인지, 학교 행사가 언제 있는데 그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등을 미리 이야기하고 의논하면서 나름대로 준비하여 편안한 상태에서 참여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덧붙여 미리 그때 상황을 반복하여 시뮬레이션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됩니다. 그때 일어나는 감정은 어떠한지 말하게 하고, 혹시라도 불안과 두려움 감정이 일어난다면 긴장을 이완하는 호흡법을 가르쳐 주는 것도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하루아침에 좋아질 것이라는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아야 합니다. 사회공포증을 겪는 아이를 둔 부모들은 몇 회의 상담으로 좋아질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진 경우가 많아 조기에 상담을 종결하여 안타까움과 아쉬움을 남깁니다. 조금씩 서서히 적응해 나갈 수 있도록 기다려 주는 마음이 중요합니다.

수줍음이 많은 아이와 달리 사례 학생처럼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며, 어떤 상황에 직면하기보다 회피하는 경향을 가진 사회공포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 되도록 빨리 치료하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들이 많으며, 주로 약물치료, 인지행동 치료, 부모교육, 집단치료 등이 이뤄집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이해 눈길이란 따스한 영양분이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고 건강한 사회인으로 성장하게 되는 것임을 잊지 않았으면 합니다.




진현숙 경북대 아동가족학과 상담학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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